서법(書法)에는 여러가지 용어가 있어서 가끔 혼용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서론가, 서예가들이 호칭하는 용어의 해석을 조금씩 달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개념을 따르고자 한다. 먼저, 필법이란 말을 살펴보면 중국에서는 "필법은 문자의 점획쓰기의 운필방법이다."라고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필법은 글씨를 쓰는 법칙, 서법(書法)"이라고 풀이하였다. 중국서법 용어상에 좀더 상세히 풀이한 것을 보면 " 집필(執筆), 운완(運脘)에서부터 용필(用筆)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합하여 필법이라고 칭한다."라고 하였다. 필법은 많은 서가들이 오랜 세월 동안 서법을 연구하면서 글씨를 써 오는 동안 발전, 창안되어 이룩하여 놓은 합리적이고 공인 된 규범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하여 더욱 더 보완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운필법(運筆法)은 집필(執筆), 용필(用筆), 행필(行筆)의 개념을 포함하는 상당히 다의적인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점.획을 형 성하기 위해 붓이 움직이는 과정과 그에 따른 상황을 말한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서는 여러가지 용어별 방법을 통해서 알아보고 자 한다.
기필(起筆).행필(行筆).수필(收筆) 각종 서체의 기본 점획을 각각의 크기와 종류에 관계없이 1개의 획을 용필하는데 있어서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처음과 중간과 끝냄의 3단계가 있기 마련인데 필봉을 움직일 때 처음 부분을 기필(起筆), 중간 부분을 행필(行筆), 끝부분을 수 필(收筆)이라고 한다. 또한 한 획을 그을 때에는 최소한 두 번 이상 붓을 세워줘야 하는데 이를 일컬어 일획삼절(一劃三切)이라 한다. 즉 한 획에는 세마디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획에 힘을 주기 위함이다. 기필의 방법은 역입(逆入)으로 하는데 역입(逆入)이란 붓이 가고자 하 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용필해서 나가는 것으로 기필(起筆)부분에 힘을 주기 위함이다. 행필에 있어서는 붓을 세워준다는 말의 의미를 잘 습득해야 하며 올바로 세워주지 못하게 되면 획에 힘이 빠져버리고 만다. 수필은 회봉(廻鋒)을 하여 붓을 점점 들어가면서 끝내게 된다.
중봉(中鋒).편봉(偏鋒) 중봉(中鋒)이란 한개 획을 쓸 때 필봉을 서선의 중간으로 행필한다는 뜻으로 설명하는데 붓의 털 부분을 전부 가지런히 하여 필 봉의 위치를 항상 서선의 중간에 가게 하여 써 나가는 방법을 중봉용필, 또는 중봉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용필을 하면 먹물이 종 이 뒷면까지 힘있게 침투하여 웅경(雄勁)하고 절대로 경박하거나 태만해 보이지 않으며 병 글씨 같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그 러므로 모든 서체의 용필은 대부분 중봉을 위주로 해야 한다. 특히 전서는 반드시 중봉으로써 써야 하며, 한글 서예도 마찬가지 다. 편봉(偏鋒)은 측봉(側鋒)이라고도 하는데 편봉이란 획의 가장자리 한편으로 필봉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편봉으로 운필을 하면 서선의 한쪽은 매끈하고 반대편은 서선이 거칠게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쓴 글씨는 획형이 평평하고 가벼우며 힘이 없어 보 인다. 중봉으로 쓴 글씨는 입체적이고 서선이 살아있는 듯하지만 편봉으로 쓴 글씨는 힘이 약하고 획형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장봉(藏鋒).노봉(露鋒) 장봉이란 하나의 획을 쓸 때 처음 부분에 필봉을 어떻게 들이대느냐에 대한 운용 방법인데 붓끝 즉 필봉을 서선의 처음 부분으 로 밀어서 대면 붓끝이 감추어 지게 된다. 이렇게 필봉을 감추어지게 대는 것을 장봅이라고 한다. 서선의 방향대로 붓을 대어서 필봉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을 노봉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봉은 붓을 순서대로 대지 않고 역으로 입필한다고 하여 역입(逆入)이라 고 하는데 역입을 하면 필봉은 자연히 장봉(藏鋒)으로 된다. 수직획은 위쪽으로 밀어 올렸다가 아래로 행필을 하고 횡획은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미는 듯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필봉을 행필한다. 그래서 이러한 필봉의 움직임을 역입장봉(逆入藏鋒)이라고 하 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글씨를 써야 필력이 강하게 보이게 된다. 한 획을 쓸 때 붓끝이 밖으로 노출되게 하는 것을 노봉이라고 하는데 글자와 글자가 연결되게 쓸 때 노봉이 나타난다. 또한 노봉은 작은 글자나 행.초서를 쓸 때 많이 나타나게 된다.
역봉(逆鋒).회봉(廻鋒) 1개의 획을 기필할 때 필력을 충분히 나타내기 위하여 필봉의 봉망이 나타나지 않도록 붓끝을 밀어넣어서 기필을 하는데 이렇게 붓을 밀어넣어 입필을 하게 되는 것을 역봉이라 칭한다.역봉은 대개 기필에서 응용이 되는데 앞서 말한 역입장봉과 같은 뜻이라 하겠다. 획의 수필 부분에서 필봉을 거둘 때는 행필의 방향을 돌려서 장봉의 방법으로 붓을 거두게 된다. 이렇게 필봉의 방향을 둘려서 거두는 것을 회봉이라고 한다. 회봉에는 실제로 되돌리는 실회(實廻)와 허공에서 되돌리는 허회(虛廻)의 방법이 있다. 역봉이나 회봉은 너무 의식적으로 표현하면 어색하므로 용필을 작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제봉(提鋒).둔봉(頓鋒) 제봉은 제필 또는 제법이라고 하는데 획을 쓸 때 필봉을 당겨서 획형의 특징을 나타내는 용필 방법이다. 서선의 중간부분에서 점점 가늘어지게 하거나, ㄱ부분의 획형을 점점 뾰족하게 수필을 하거나 꺾이는 부분에서 획형을 점점 가늘어지게 표현할 때는 제봉으로 용필을 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제봉이 시작되는 앞부분은 반드시 둔봉으로 용필을 해야 한다. 둔봉은 준봉, 안필 이라고도 하는 데 제봉과 정반대가 되는 것으로 필봉을 눌러서 쓰는 것이다. 하나의 획은 굵고 가늚의 변화가 반드시 있게 마련 이다. 하나의 획은 제와 둔의 반복운행으로 조세(粗細)가 나타나고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넘치게 형성되는 것이다. 획을 모지게 쓸 때에는 제필로 쓰고, 둥글게 쓸 때에는 둔필로 쓴다. 따라서 제필법은 전서를 쓰기에 알맞는 방법이고 둔필법은 예서를 쓰기 에 알맞다.
절봉(折鋒), 전봉(轉鋒) 절봉이란 꺽는다는 필법 용어로 쓰이는데 필봉을 절한다는 의미에서 용필 운용상 절봉 또는 절필이라고 부른다. 한개의 서선이 나 점은 용필과정에서 절필이 있으며 가로획과 세로획이 만나는 부분에서 절이 생긴다. 꺾을 때에는 원형이 이루어지면 힘이 없 어 보인다. 그러므로 둔필의 방법으로 꺾어야 힘의 느낌이 나타나며 전절이 되는 부분에 각이 생기게 된다. 전봉이란 절봉의 상 대적 용어인데 절봉을 해야 할 부분에서 필봉의 방향을 각이 생기지 않도록 둥글게 돌려 행필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전서에는 절 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고 전이 대다수를 이루게 된다.
방필(方筆), 원필(圓筆) 필획중에서 획형이 방형(方形)으로 생긴 것을 방필이라고 한다. 방필의 의미에는 동사적인 면과명사적인 면이 있는데 방형으로 필봉을 운용하은 것을 방필이라고 하고 방필로 써놓은 필획도 방필이라고 한다. 원필은 원형(圓形)의 필획을 말하는데 방필과 상 대적인 획형의 명칭이며 속으로 살찐 듯 강한 골격이 나타나지 않으며 둥글고 힘이 센 듯한 느낌을 풍긴다. 전서는 모두가 원필 로 이루어지며 예서에 이르러서야 방필과 원필을 횬용하게 된다.
골육근혈법(骨肉筋血法) 글자에는 인체와 같이 뼈, 살, 힘줄, 피가 모두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부연하자면 좋은 글씨란 사람의 인체조직과 같아서 4가지 모두가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골은 필획 중에서 힘을 나타낼 수 있는 골격을 뜻함이고 육은 먹물의 농담을 비유하여 선의 굵고 가늚, 즉 살찌고 마름을 말하는 것이다. 근은 사 람의 힘줄과 같이 그자의 획간에 기맥이 서로 통하도록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혈은 필획이 윤택하고 생기가 있어야 하므 로 먹물의 신선함을 피에 비유한 것이다.
골법 : 운필을 할 때 중봉으로 글씨가 이루어지게 하며 역봉을 할 때에는 절필을 하여 글씨에서 뼈대가 나타나는 듯하게 쓰는 방법이다. 육법 : 필봉에 함묵시키는 먹물의 양을 적당히 하여 용필을 해야 살이 알맞게 쪄보이는 서선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먹물의 함묵량에 관계가 있는 것인데 먹물이 너무 많이 함묵되어도 적게 되어도 좋지 않다. 근법 : 글자끼리나 획끼리는 기맥이 상통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을 사람의 몸으로 보면 힘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둔 필할 때는 붓을 아주 정지하거나 거두지 않으면 안된다. 혈법 : 먹물은 글자쓰기에서 글자의 피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기있고 윤기있는 글씨를 쓰기위해 서는 먹물의 농도 맞추기를 잘 하여야 한다.
결구와 장법 문자의 점획은 점획 자체로서는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므로 점획의 운필법을 익힌 후에는 점획을 모아서 하나의 문자를 구성하 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바르고 아름다운 글자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점획 구성이 운필법(運筆法)이라면 문자의 구성은 결구(結構)라고 할 수 있다. 점.획이 모여서 한 글자의 구성이 이루어진 다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의 구성 "이다. 이것을 장법(章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문자를 조화롭게 배열 또는 배자하여 하나의 완성된 문장을 꾸미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최종적인 낙관을 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